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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팁(Tip)

스펜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인상적인 배우들의 연기


올해 들어서 극장을 계속 못 갔었어요. 최소한 한 달에 두세 편 이상은 관람을 하는 편인데 두 달 동안 영화 관람을 쉬어서 인지 영화 스펜서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보고 왔습니다.

혹시 영화를 선택할 때 특별히 고르는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저는 첫 번째로 장르를 봐요. 왜냐면 스릴러나 호러물이면 관심 가는 줄거리나 배우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열외 시킵니다.^^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 시간이 흘러도 역시나 선택에서는 제외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본 두 영화는 딱히 장르를 떠나 사소한 것들에 이끌려 본 영화들인데, 두 영화 모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인상적 이어서 소소한 개인의 감상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 스펜서

스펜서


영화를 선택할 때 간단한 소개란을 보는 편인데요. 영화 스펜서"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란 단 한 줄에 이끌려 선택한 영화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이름을 찾기"란 말은 개인의 삶과 일상 속에서 밖으로든 안으로든 자주 들리게 되는 말인 거 같아요. 그냥 괜스레 울컥하게 만들고 안에서 뜨거움이 치솟게 만드는 단어의 조합 같은 거랄까요.
개인의 인생에 늘 따라붙는... 숙제 같은데 안 할 수도 없고, 마침내 꼭 마쳐야 할 숙제 같은 말 같은 거요.

늘 저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울컥함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만 울컥해야 하는데...^^
암튼 평소에 크리스틴 스튜어트란 배우의 호감도가 낮아서 인지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없이 편안하게 관람을 시작했지만 엔딩을 마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다이애너 왕세자비 연기는 큰 여운을 남겼어요.

기본적으로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삶에 대해서 배경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면 영화 스펜서는 좀 지루할 수 있겠다 싶어요. 왜냐면 영화 스펜서는 왕실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는, 짧은 2박 3일간의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내면을 집중해서 다루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몰입하게 만드는 크리스틴의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힘든 여건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자신의 내면에서 부르짖는 솔직한 마음의 소리와 끊임없이 싸우는 심리 묘사는 보는 내내 인상적이 었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싶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라 전체적인 분위기의 흐름이 다소 다크함이 묻어나지만 패션의 아이콘이었던 다이애너 왕세자비였던 만큼 화려하고 예쁜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예쁜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패션을 보여주고, 그 당시 트렌디한 느낌의 의상들도 너무 훌륭히 소화해내서 관람 내내 그녀를 보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결국 인생의 행복 직결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무얼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한 솔직한 대면과 귀 기울임으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완벽한 인생은 있을 수 없고 누구나 하나쯤, 또는 여러 개의 결핍을 안고 살기 마련인데 그 결핍을 통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내면과 아주 가까이 마주하던가, 아니면 그 결핍에 매달리느라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마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던 가의 두 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결핍이란 게 개인의 인생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다가오고, 많이 아플 거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이어지지만 그 결핍 하나에 매달리지 않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보면서 자신을 더 다독이고, 자신을 믿은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결코 결핍이란 치유되지 못할 대상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연기를 한 크리스틴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위의 저런 마음들로 감정 이입을 하면서 봤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크리스틴의 몰입도 높고, 깊은 연기가 좋았어요.

전체적인 스토리의 만족감이 덜 할 지라도 배우의 연기 하나로 꽤 만족감을 준 영화였습니다. 스펜서는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집 근처에 개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극장이 있어요. 자주 다니는 극장 말고 새로운 곳으로 가보는 시도를 해본 셈인데요. 조조영화 선택이고 5천 원 할인의 기회로 즐거운 마음으로 첫 방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 시작이 10시 10분이고... 곧... 영화가 시작되는데... 상영관에 저 혼자 말고는 아무도 입장하지 않더라고요^^ 네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애 첫 번째로, 상영관에서 혼자 영화 관람을 시작했네요.^^
생애 첫 단독으로 상영관 관람을 전세 낸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되었습니다.ㅎㅎ

단독으로 상영관을 독차지한 관람은 처음이라 소리 내서 웃거나, 깜짝 놀란 소리를 내다가 어색해서 웃곤 했는데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한 번씩 울림을 주는 대사들에 집중하느라 혼자 임을 잊고 관람했어요.

무엇보다 최민식 배우님의 존재감으로 빛난 영화라고 생각되는 게, 신선한 소재의 영화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고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의 아쉬움을 잔잔하지만 울림 가득한 대사 처리와 꽉 찬 연기로 완성도를 높힌 영화라 생각돼요. 이렇게 배우님의 빛난 연기로 영화의 아쉬운 면을 채우고도 남는 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최민식 배우님의 만의 진중하고 울림 있는 연기도 좋았고요, 이외로 기억에 남는 건 한 번씩 웃음 터지게 되는 디테일하고 살아있는 웃음 포인트 연기도 좋았습니다. 특히 스탠드 뜨거움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예전에는 영화의 재미와 만족도를 꼽을 때 우선순위는 스토리였던 거 같아요. 스토리의 비중이 컸던 만큼 배우의 연기라는 측면은 스토리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었어요.
그러나 다소 진부하고 스토리의 완성도가 아쉬운 영화일지라도 배우들이 풀어낸 훌륭한 연기 하나 만으로도 영화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패션, 흐르는 배경 음악들, 잔잔하게 흐르는 대사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 가득한 감동적인 대사들... 꼭 스토리로서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나열한 것들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들이 었던 거 같아요.

스토리의 완벽함으로 영화의 만족도를 평가하려 했던 기대치를 낮추니 새로운 곳에서 재미를 찾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완벽에 대한 기대치의 낮춤은 영화에서든, 삶에서든, 모두 적용이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소소한 기록을 마쳐 봅니다.^^